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 줄거리와 민생단 사건

우리 시대의 소설가 김연수의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문학동네, 2016)는 일제 강점기 간도 지역에서 벌어졌던 민생단 사건을 처음으로 소재로 쓴 가슴 아픈 역사 소설이다.

<밤은 노래한다>는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한 청년이 그 죽음 뒤에 도사리고 있었던 유령과도 같은 민생단과 얽힌 잔혹한 운명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는 이야기이다.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소설의 배경이 된 민생단 사건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민생단 사건이란

일제가 만주 지역의 중국공산당과 항일 유격대를 분열시키기 위해 친일 인사들과 민족주의 운동가들을 내세워 어용단체 민생단을 1932년 2월 출범시킨 단체의 이름이다.

민생단은 대외적으로는 간도 지역의 조선인 자치를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일제를 지지하고 반공 활동을 벌였다. 이에 중국 공산당과 조선의 반일 무장 세력이 대대적인 민생단 탄압에 들어가자 일제는 1932년 7월 민생단을 자진 해산시켰다.

그러나 민생단 해체 이후에도 당조직에 민생단 혐의자가 발각되어 중국공산당이 가혹한 숙청 작업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무고한 조선인들을 체포하고 살해하였다.

민생단 사건은 숙청을 주도하던 조선 공산인도 나중에는 민생단으로 몰려 처형되었고, 그 처형을 하던 조선인도 결국은 민생단으로 처형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 소설은 그 기막힌 과정들을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책 표지
책 표지

밤은 노래한다 줄거리

사랑이 운명이라면

소설은 1932년 9월 하순, 홑옷만 걸친 한 아이가 정체불명의 편지지를 주인공에게 전해주고는 거리를 내달리는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자의 필체로. 뭔가 결심하듯이 만년필로 꾹꾹 눌러 쓴 편지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제 말은 들리나요? 어쩌면 이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겠어요’

이 소설의 주인공 김해연이 만철 용정 사무소로 걸어서 출근하고 있던 참이었다. 1910년 통영에서 태어난 그는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1931년 만철(남만주철도 주식회사)에 취직하여 대련(지금의 다롄 시) 본사 영선과 측량기수로 일했다.

조선이 넘어가던 경술년에 태어난 그는 독립이니 해방이니, 과격파니 공산주의니 하는 말들에는 시큰둥했으며 총독부냐, 만철이냐, 광산이냐 하는 진로 문제로 고민했다. 그는 조선인으로서 만철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한동안 꽤 우쭐해 있었다.

1932년 봄, 그는 돈화와 돈문 사이를 연결하는 돈도선 부설을 위한 실지측량반에 합류하라는 지시로 만철 용정 지사에 파견됐던 것이다. 돈도선 측량 작업은 일제의 제2공병대대가 참여하고 간도임시파견대의 1개 중대 병력이 엄호를 맡을 만큼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한번은 동불사 부근에서 측량 작업을 하던 중에 토비와 교전이 벌여져 그가 떨고 있자, 간도임시파견대의 중대장인 나카지마 다쓰키 중위가 불쑥 사랑 따위를 운운하고 인생을 운운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사랑 따위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자의 시시한 표정이로군. 만주에 사는 한, 너 같은 녀석도 언젠가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오겠지, 그러니 시시하게 죽을까 봐 온몸을 떨어 대면서 겁을 내느니 사랑을 하라. 여자부터 우선 사랑해보고 그다음에 떠들어라.”

“그렇다면 나도 사랑이라는 걸 한번 해 보죠.”

“그건 네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을 거야.”

밤은 노래한다, 23 ~ 28쪽 발췌 인용

그 무렵, 김해연은 우연히 찾아간 문예의 밤 행사장에서 명신여학교 음악 선생인 이정희를 소개 받고 그녀에게 단순한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정희는 경상도 안동 태생으로 할아버지를 따라 연해주로 이주해 어린 시절을 보낸 뒤, 1920년 할아버지가 일본군에 의해 살해되자 아버지와 함께 용정으로 들어온 여자였는데, 어딘지 백계 러시아 여인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미인이었다.

김해연은 토요일 밤에는 나카지마와 유곽에서 사랑을 익히고, 일요일 아침에는 술이 덜 깬 얼굴로 정희가 찬송가를 반주하는 영국더기 교회당에 올라가 예배가 끝나고 나면 명신여학교 느티나무 아래나 영국더기 언덕배기에 앉아 그녀와 하염없이 얘기하곤 했다.

그들은 각자 보냈던 유년 시절에 대해, 일상적으로 하는 업무에 대해, 읽은 책들에 대해, 그것도 아니라면 무엇이나 그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일들에 대해 얘기했고, 그때마다 정희는 큰 소리로 웃거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곤 했다.

아무튼, 우리의 주인공 김해연의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가 정희에게 빠져드는 연애감정을 소설가 김연수는 작가 특유의 문장으로 차곡차곡 구축해간다. 사실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백미다. 김해연은 작중에서 사랑을 인생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찌거기와 같은 ‘여분의 것’이라고 했지만 말이다.

그가 업무차 대련 본사에 잠시 다니러 갔을 때, 정희에 대한 그리움이 극으로 치달아 하이네의 시를 적은 열네 통의 연서를 그녀에게 보냈으며 용정으로 돌아오는 길에 청혼 반지를 사오게 된다.

“당신의 표정을 보니… 내가 지금 이 반지를 받지 않는다면, 일요일 오후 우리가 이렇게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는 일은 이제 없겠죠?”

“하지만… 나, 반지를 받겠어요. 지금 당신은 그리뇨프를 닮았어요.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 같은 눈빛이에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그리뇨프보다는 푸카초프가 되기를 원하는 마리아랍니다. 그러니 저를 사랑하지는 마세요. 너무 사랑하지는 마세요.”

본문 41~42쪽 발췌 인용

그렇게 정희는 반지를 받았고, 그는 연서에 한 번도 답장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만년필도 선물했다. 그렇게 둘은 결혼을 코 앞에 앞둔 연인이 되었다.

그런데 정희의 편지를 처음으로 받은 그날 아침, 그는 총영사관에 끌려가 조사를 받게 된다. 총영사관 경찰서 조사반의 사토 나카도시 경부는 그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세계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정보들을 전해 주었고 그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는다.

그가 사랑한 여자는 그림자였을까?

사토 경부의 말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이정희는 어젯밤에 자살했다. 총영사관 특수수사반은 1932년 8월 중순에 있었던 화련리 대성촌 공비 토벌 작전 정보를 빼돌린 배후로 용정 내 대중조직에서 암약하는 거물급 공산주의자 박타이와 그의 애인인 안나 리의 정체를 쫓고 있었다.

특수수사반이 안나 리가 바로 이정희라는 신원을 확보하게 되자, 간도임시파견대의 정보가 이정희를 통해 공비측으로 넘어가고 있었던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우리는 간도임시파견대의 중대장 나카지마에게 이정희를 소개시켜 준 너를 박타이로 지목했다.

나카지마 중위도 지금 헌병대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 근데 넌 박타이가 아니었다. 그 바람에 진짜 박타이를 놓쳐버렸다. 네가 운명적으로 이정희를 사랑했다고 치더라도 이정희가 계획적으로 나카지마를 유혹해 동침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눈에는 그게 도무지 사랑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정희는 단지 너를 이용했을 뿐이다.

김해연은 사건의 전모를 듣고 이전의 밝은 세계에서 영원히 추방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가 한없이 고결하고 순수하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그리움으로 연서를 쓰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그녀가 박타이의 애인이었으며 나카지마와 동침도 불사하는 여자였다는 것이다.

그다음은 믿을 수 없는 일들로만 가득한 어둠의 세계, 그 자신도 신뢰할 수 없는 밤의 세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해연은 일전에 광산에 일하는 경성공업학교 동창의 소개로 민생단을 주도적으로 조직했다는 박길룡을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김해연은 문예의 밤 행사 초대장을 보낸 것도 그였고, 안나 리의 애인 박타이도 바로 그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사를 받고 대련 본사로 돌아간 김해연은 아편에 찌들어 나날을 보내다가 결국 해고되었다. 1932년 12월 어느 날, 다시 용정으로 돌아온 그는 나카지마 중위를 찾아가지만 그를 죽이지 못하고, “그 여자는 강철처럼 강한 여자야. 자살 따위를 할 여자가 아니란 말이다.”라는 말을 듣고 무기력하게 돌아선다.

그는 정희가 목매달아 죽었다는 해란강변 나무에 자기도 목 매달아 자살하려고 총영사관 보조 수사관 최도식에게 길 안내를 부탁하러 간다.

최도식은 “정신 차리우. 정희는 여자로서 죽었소. 이건 한 여자로서 정희가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임메. 그러니 받으우.”라는 말과 함께 연행되면서 빼앗겼던 편지를 돌려주고 사라진다.

그는 그 편지를 어둠이 내릴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밤이 늦어 정희가 매달렸던 나무의 가지에 목을 매달았다. 여기까지가 1부 ‘1932년 9월 용정’의 줄거리이다.

여옥이와 혁명의 도리

작가는 2부 ‘1933년 팔가자’에서 죽지 않고 살아난 김해연이 송영감이 운영하는 경성 사진관 보조원으로 일하게 되고 정주댁에서 심부름 일을 하는 여옥이를 만나 원기를 회복하며 다시 살아내는 그의 운명을 그려낸다.

키가 껑충하고 살갗이 짙은 여옥이는 아직도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여옥은 처음으로 자신을 사람으로 대해준 야학교사가 ‘혁명의 도리’를 깨쳐 주었다고 말했다. 여옥은 이슬을 맞고 연락원으로 일했으며 엉겅퀴나 산국 날카로운 이파리들이 그녀의 종아리에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새겨 놓았다.

김해연은 그녀를 보면서 삶의 생명력을 느끼면서 사랑을 느낀다. 그는 마침내 공업교사 선생이 추천해준 조선총독부에 취직하기로 하고 여옥이와 함께 경성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운명은 비극의 서막을 비로소 시작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여옥의 언니 결혼식에 참석한 김해연 일행들은 유정촌에서 토벌대의 공격으로 모두 죽고 그만 살아남는 사건이 일어난다. 오른쪽 다리를 잃은 여옥은 약수동 재봉대에서 일하게 된다.

민생단이라는 유령

작가는 3부 ‘1933년 7월 어랑촌’에서 혼자 살아남은 김해연이 박도만이 이끄는 별동대에 발견되어 왕우구 동만특위로 압송돼 특무 임무를 띠고 유격구에 잠입한 민생단은 아닌지 심문을 받는 장면에서 기나긴 이야기를 이어간다.

사실 3부는 북간도 역사에 대하여 알고 싶지 않다면 지루하고 읽기가 힘들다. 당시 북간도는 중국 공산당과 일제, 조선공산당과 민족주의자, 그리고 민생단 등 수많은 분파 세력들이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지역이었다.

다행히 김해연은 동만특위 중국인 간사 동세영의 호의로 처형되지 않고 유격구에 받아들여진다.

토벌대가 유격대를 완전히 섬멸할 목적으로 어랑촌 초입의 골짜기를 모두 점령하고 박격포 진지를 구축하여 포를 쏘아대는 와중에도 유격대 내부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민생단으로 의심하여 처형을 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다.

예컨대 유격대장 박도만과 김해연이 우연히 알게 된 토벌 정보를 입수하여 지휘부에 전하자 지휘부는 오히려 그들을 민생단 혐의자로 체포하여 구금시킨다.

때마침 무장한 적위대를 이끌고 온 박길룡이 지휘부를 민생단으로 지목하여 사살하고 조선 동포들이 서러움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한인 소비에트를 지키자며 일장 연설을 하고 사람들이 모여 혁명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박도만도 그래서 풀려났지만, 그는 오히려 한인 소비에트를 꿈꾸는 박길룡이야말로 민생단의 영수라며 되몰아친다. 왜 그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을까?

그들의 구원은 1927년 용정, 대성중학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성중학교는 혁명 분위기로 들끓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네 명의 중학생이 있었다. 안세훈과 이정희, 박도만, 최도식은 함께 어울려 혁명을 꿈꾸었으나, 안세훈과 이정희의 염문은 그들을 제각각 운명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그 염문은 최도식이 약지를 절단하게 하였고, 정희를 연모했던 박도만이 혁명의 순결성이 능욕당했다는 기분으로 침을 뱉게 만들었다.

안세훈은 학업을 떠나 농민조합운동에 투신했고 정희는 아버지의 강압으로 서울에서 이화여전을 다니다 민족 유일당 운동에 미쳐 있었던 박길룡의 추천으로 조선공산당에 가입하게 된다.

여옥은 자기에게 혁명의 도리를 깨우쳐준 야학교사가 1932년 8월 대성촌에서 살해당했다고 김해연에게 말했었다. 그 토벌대를 이끈 장본인이 나카지마 중위였고, 살해된 야학교사는 안세훈이었다.

박길룡이 안세훈을 제거하기 위해 토벌대에 거짓 정보를 흘렸고, 위장으로 총영사관 경찰 보조원으로 있던 최도식이 정희의 자살을 목격했던 것이다.

물론, 박도만이 이와 같은 사정을 훤히 알고 박길룡을 민생단을 지목한 것은 아니었다. 박도만은 조선 혁명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중국 혁명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을 뿐이었고, 조선 소비에트를 획책하는 자가 바로 민생단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뿐이었다.

어쨌든, 자신이 민생단으로 지목되자 격분한 박길룡은 민생단을 거론하며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자가 민생단이라며 박도만을 사살하고 만다. 그날 밤 김해연은 적위대원들과 함께 토벌대의 포위를 풀기 위해 용정으로 밤길을 떠난다.

김해연은 간도임시파견대의 중대장 나카지마를 찾아가 총으로 그를 위협한 뒤 인질로 삼아 어랑촌으로 돌아와 박길룡과 여옥, 대원들과 함께 토벌대의 포위를 빠져나와 산중으로 도피한다.

김해연은 새벽에 오기 전에 한 사람을 죽이고 여옥이와 함께 그곳을 빠져나온다.

희망을 노래하다

제 4부 ‘1941년 8월 용정’은 짤막한 에피소드이다. 8년이 흐른 후, 김해연이 최도식을 죽이러 다시 용정으로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중국공산당에 가입한 김해연은 지난 몇 년간 지하 활동을 했으며 아내와 대련에서 살고 있다. 최도식은 총영사관 보조 경찰을 그만두고 만주중앙은행 용정 사무처에서 일하고 있다.

김해연은 기다리던 최도식이 집 앞에 나타나자 당신과 박길룡이 토벌대에 거짓 정보를 줘서 안세훈을 죽인 것처럼 진짜 정보원이었던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정희를 희생시킨 것 아니냐며 외투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는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최도식의 두 아이들이 밖으로 나온다. 김해연은 비가 오는 가운데 세 부자를 지켜보며 그 편지를 내게 전해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하려고 왔다며 돌아선다.

다음 날 그는 영국더기에 올라 해란강의 잔물결을 바라보며 주머니에서 정희의 편지를 꺼내는 것으로 <밤은 노래한다>의 기나긴 이야기는 끝난다.

인상 깊었던 구절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소망하고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259쪽

작가는 작중 김해연의 입을 빌려 1927년 낡은 세계를 부숴버리겠다며 밤마다 영국더기 동산교회에 모여 열에 들뜬 목소리로 혁명을 떠들어대던 네 명의 중학생들은 자신들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몰랐다는 점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는 자들이었다고 말했다.

멋있는 문장이기는 하나, 어폐가 있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자신들 앞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자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지 최소한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고쳐 쓰면 조금 더 가능성의 세계에 부합하지 않을까.

밤은 노래한다 독후감

이 소설의 배경이 된 민생단 사건은 그 당시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은 물론이고 무고한 조선인들의 생명을 수없이 앗아간 대학살극이었다.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도 민생단 사건이 빌미가 되어 희생되었고, 북한의 김일성도 민생단에 연루되어 죽을 고생을 했으니, 그 당시 평범한 민중으로서 살아갔던 조선인들의 운명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김해연도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그 여인이 죽으면서 민생단 사건에 얽혀 든다. 그처럼 역사의 격랑이 세차게 휘몰아칠 때 한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인이 되기를 꿈꾸던 김해연은 고등학교 졸업문집에 시를 제출하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한 줄 책에 실린 글귀에 위안을 받고, 퇴근하는 저녁 길에 머리 위로 떠오른 초승달에 행복을 느끼는 평범한 소시민이었을뿐이다.

그럼에도 김해연은 꿋꿋이 견뎌내고 살아냈다. 그 당시에는 무엇인지 확실하게 몰랐을 테지만 그렇게 해서 그는 마지막에 최도식의 아이들을 보면서 희망을 발견하고 그를 용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는 영국더기에 올라 정희의 편지를 읽으며 빛으로 반짝이는 해란강의 잔물결을 바라보며 한 시대를 추억한다.

관련 소설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가 근대사의 비극을 그렸다면,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은 현대사의 아픔이 관통하는 소설로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게시됨

카테고리

작성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